나는 누군가 나에게 무례한 말이나 행동을 할 때 적절한 대처를 하지 못한다. 예를 들어 누군가 나에게 무례한 말을 하면 나는 기분이 좋진 않으나 그 사람 입장에서는 그렇게 말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내 입장은 생각하지 않고서 말이다. 그리고 그 사람에 대한 좋지 않은 감정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른다. 그래서 스스로를 자책하곤 한다. 왜 그 사람을 이해하지 못하고 속좁게 미워하냐며.
그렇게 혼자 끙끙 앓다 주변 사람에게 이런 일이 있었다고 이야기를 하는데 그마저도 기억력이 부족한 탓에 말하다가 '아! 그 사람이 이런 말도 했었어!'라고 깨닫곤 한다. 불행 중 다행히 내 지인은 판단력이 뛰어난 친구라 그 상대방이 나에게 어떤 점에서 무례했는지 콕콕 집어 이야기하며 고맙게도 나보다 더 화를 내준다. 그러고는 가만히 있었냐고 묻곤 한다.
그러면 나는 그제야 내가 왜 그 사람에게 좋지 않은 감정을 가지게 되었는지를 깨닫는다. 내가 봐도 내가 참 바보 같다. 이런 일을 많이 겪고 나서 이제는 상대가 무례한 이야기를 할 때 서툴지만 내가 해야 할 말을 하려고 노력한다. 나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
그러던 중 지인과 카톡대화를 나누는데 나에게 성차별적인 무례한 말('여자들이란..')을 했다. 그 카톡을 보고 기분이 썩 좋지않았고, 잠시 생각한 뒤 그 친구가 무례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똑같이 되받아쳐주며 '모르면서 판단하지 마'라고 이야기했다. 그렇게 이야기하니 그 친구도 더 이상 그 부분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았다. 물론 나는 썩 쿨한 성격은 아니라 그 말에 두고두고 기분이 나빴지만 말이다.
그리고 곰곰히 생각해보니 그 친구는 나에게 무례한 말을 자주 하곤 했다. 내가 그 친구를 굉장히 좋아했지만 썩 편하지 않았던 이유를 드디어 알 것 같다. 그래서 오늘 집에 돌아와 오늘 일을 생각하며 샤워를 오래 했다. 샤워를 하며 생각했던 나의 결론적 선택지는 2개이다.
지금까지 나에게 무례하게 행동하는 걸 당연하게 생각한 사람이었으니 관계를 끊을 것인가. 아니면 그래도 내가 좋아하는 친구이고 이제는 내가 무례함을 잘라내려고 노력하고 있으니 그것들을 쳐내면서 인연을 이어갈 것인가. 마음은 후자를 향하고 있으나 머리는 전자가 맞다며 외치고 있다.
에이 모르겠다. 맥주나 마시자. 그리고 나를 사랑해주는 소중한 친구들 생각이나 하련다.
'진솔한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는 참 인복이 많다. (4) | 2020.07.14 |
---|---|
나도 그랬거든요 (0) | 2020.06.17 |
반짝 반짝 빛난다는 것 (0) | 2020.06.14 |
폐지줍는 할아버지 (2) | 2020.06.11 |
아빠에게 쓰는 편지 (2) | 2020.06.10 |